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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
              1. 서론
              2. 다른 종교
              3. 이슬람교
              4. 유다교
              5. 보편적 형제애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

  하느님의 종들의 종 바오로 주교는 거룩한 공의회교부들과 더불어 영구적인 기록으로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을 공포한다.

   1. 서론

  [비그리스도교선언] 1. 우리 시대(Nostra Aetate)에, 인류가 날로 더욱 긴밀히 결합되고 여러 민족들의 유대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오늘날, 교회는 비그리스도교들에 대한 관계를 더욱 진지하게 숙고하고 있다. 인간인간,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 일치와 사랑을 촉진할 사명을 지닌 교회는 여기에서 그 무엇보다도 인간 공통의 문제와 상호 협력 증진에 관하여 숙고하고자 한다.

  하느님께서 모든 인류를 온 땅 위에 살게 하셨으니1)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민족의 기원은 하나이고, 그 궁극 목적도 단 하나 곧 하느님이시다. 좋으신 하느님섭리구원 계획이 모든 사람에게 미치고,2) 마침내 하느님영광이 빛나는 거룩한 도성에 뽑힌 이들이 모일 것이며, 거기에서 모든 민족이 하느님의 빛 속에서 거닐 것이다.3)

  사람들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인간의 마음을 번민하게 하는 인생의 풀리지 않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여러 종교에서 찾고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선은 무엇이고 죄는 무엇인가? 왜, 무엇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참행복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죽음은 무엇이고, 죽은 뒤의 심판과 보상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는 형언할 수 없는 저 궁극의 신비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 다른 종교

  [비그리스도교선언] 2. 예부터 오늘날까지 여러 민족들은 사물의 변천과 인생사에 들어 있는 심오한 힘을 어느 정도 인식해 왔다. 때로는 최고의 신이나 아버지를 긍정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인식과 긍정은 그들의 생활에 깊은 종교적 의미를 불어넣는다. 종교는 문화 발전에 따라 더욱 정교한 개념과 고상한 언어로 이러한 인생 문제에 해답을 주려고 애써 왔다. 예컨대 힌두교에서는 사람들이 신의 비밀을 찾아 풍부한 신화와 뛰어난 철학적 탐구로써 그 신비를 표현하며, 금욕 생활이나 깊은 명상을 통하여 또는 사랑신뢰로써 신에게 귀의하여 인생고에서 벗어나는 해탈을 추구한다. 불교에서는 여러 종파에 따라 이 무상한 세계의 근본적 불완전성을 긍정하고, 신심과 확신으로 완전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거나 아니면 자기 노력이나 위의 도움으로 궁극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길을 가르친다. 그 밖에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종교들도 교리와 생활 규범과 신성한 예식 등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간 마음의 불안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그 길을 가르친다.

  가톨릭 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 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 그러나 교회그리스도를 선포하며 또 끊임없이 선포하여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는 “길이요 진리생명이시며”(요한 14,6) 그분 안에서 모든 사람은 풍요로운 종교 생활을 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을 당신과 화해시키셨다.4)

  그러므로 교회는 지혜와 사랑으로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을 증언하는 한편, 다른 종교인들의 정신적 도덕적 자산과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증진하도록 모든 자녀에게 권고한다.

   3. 이슬람교

  [비그리스도교선언] 3. 교회는 또한 무슬림도 존중하고 있다. 그들은 살아 계시영원하시며 자비로우시고 전능하신 하느님, 하늘과 땅의 창조주,5)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는 유일신을 흠숭하며, 아브라함하느님께 순종하였듯이 그들 신의 감추어진 뜻에 충심으로 순종하며, 아브라함에게서 이슬람 신앙을 이어받았다고 즐겨 주장한다.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예언자로 받들며, 또 그분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공경하여 때로는 그분의 도움을 정성되이 간청하기도 한다. 또한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부활시키시어 공정하게 갚아 주실 심판의 날을 기다린다. 따라서 그들은 도덕 생활을 존중하며 특히 기도자선과 단식으로 하느님을 섬긴다.

  여러 세기에 걸쳐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사이에 적지 않은 불목과 적대가 있었지만, 거룩한 공의회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서로 이해하도록 진심으로 노력하며 온 인류를 위하여 사회 정의도덕 가치, 평화자유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증진하기를 모든 사람에게 권고한다.

   4. 유다교

  [비그리스도교선언] 4. 이 거룩한 공의회교회신비를 탐구하면서 신약의 백성을 아브라함의 후손과 정신적으로 결합시켜 주는 유대를 기억한다.

  그리스도 교회하느님신비로운 구원 계획에 따라 이미 성조들과 모세예언자들에게서 교회신앙선택이 시작되었음을 인정한다. 신앙에 따라 아브라함의 자손들인6)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조와 함께 부름을 받았으며, 선택된 백성이 종살이하던 땅에서 탈출한 사실도 교회구원신비롭게 예표한 것이라고 교회는 공언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옛 계약을 맺으신 그 백성을 통하여 구약의 계시를 이어받았고, 이방인들의 야생 올리브 나무 가지가 접목된 좋은 올리브 나무 뿌리에서 자라고 있음을7) 잊을 수 없다.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하여 유다인과 이방인화해시키시고 당신 안에서 그들을 하나가 되게 하셨음을8) 교회는 믿고 있다.

  교회는 바오로 사도의 동족에 관한 말씀도 언제나 되새기고 있다. “나의 동족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 영광, 여러 계약, 율법, 예배, 여러 약속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그들은 저 조상들의 후손이며, 동정 마리아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도 육으로는 바로 그들에게서 태어나셨다”(로마 9,4-5 참조). 그뿐만 아니라 교회교회의 토대이며 기둥인 사도들과 그리스도복음세상에 전파한 초기 제자들 대부분이 유다 백성에게서 태어났음을 기억하고 있다.

  성경의 증언대로, 예루살렘하느님께서 찾아오신 구원의 때를 알지 못하였고,9) 대부분의 유다인들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을뿐더러 복음의 전파를 방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10) 그렇지만 사도의 말씀대로 유다인들은 그들의 조상 덕택에 여전히 하느님사랑을 받고 있다. 하느님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11) 교회예언자들과 그 사도와 함께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이 오면 만백성이 한목소리로 주님을 부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님을 섬길 것이다”(스바 3,9).12)

  그리스도인들과 유다인들의 정신적 공동 유산이 이렇게 큰 것이므로, 이 거룩한 공의회는 특히 성경신학 연구 그리고 형제대화에서 얻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고 권장하고자 한다.

  비록 유다인 지도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그리스도죽음을 강요하였지만,13) 당시에 살고 있던 모든 유다인에게 그리스도 수난의 책임을 차별 없이 지우거나 오늘날의 유다인들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교회가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임에는 틀림없으나, 마치 성경의 귀결이듯이, 유다인들을 하느님께 버림받고 저주받은 백성인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교리를 가르치고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 때에 복음진리그리스도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을 가르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교회는 누구에 대해서든 모든 박해를 배격한다. 교회유다인들과 공유하고 있는 유산을 기억하며, 정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종교적이고 복음적인 사랑에서, 언제 누가 자행하든 유다인들에 대한 온갖 박해와 증오와 반유다주의 시위를 통탄한다.

  교회가 언제나 주장하였고 또 지금도 주장하듯이, 그리스도께서는 무한한 사랑으로 모든 사람의 죄 때문에, 자원하여 고난과 죽음을 당하심으로써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도록 하셨다. 따라서 교회는 마땅히 그리스도십자가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의 표지이며 온갖 은총의 원천으로 선포하여야 한다.

   5. 보편적 형제애

  [비그리스도교선언] 5.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라도 형제로 대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을 모든 사람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 하느님 아버지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이웃 형제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한다”(1요한 4,8).

  그러므로 인간 존엄과 거기서 연유하는 권리와 관련하여,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 차별을 초래하는 온갖 이론과 실천의 기반은 무너지고 만다.

  인종이나 피부색, 신분이나 종교를 이유로 한 온갖 인간 차별과 박해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교회는 이를 배척한다. 따라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권고에 따라 이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교인들 가운데에 살면서 바르게 처신”(1베드 2,12)하고, 할 수만 있다면, 힘닿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로이 지냄으로써,14) 참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가 되기를15) 간곡히 요청한다.

  거룩한 공의회교부들은 이 선언의 모든 것에 낱낱이 찬성하였다. 본인은 그리스도께서 본인에게 부여하신 사도 권한으로 존경하는 교부들과 더불어 이를 성령 안에서 승인하고 결정하고 제정하며, 공의회에서 제정한 대로 하느님영광을 위하여 공포하기를 명령한다.

  로마 성 베드로 좌에서

  1965년 10월 28일

  가톨릭 교회주교 바오로 자서

  교부들의 서명이 따른다.